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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는 생각들

몰입영상 - 조성진과 수세미뜨기

유튜브를 보다 최근에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본 영상이 두 개 있다. 재생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았다. 처음에 플레이 버튼을 누를 때는 단순히 궁금해서 였는데 무엇이 나를 꼼짝않고 영상을 끝까지 보게 했을까.


하나는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대회 Final Stage 연주 영상이다. 재생 시간이 40여분 이다. 연주를 들으면서 초반에는 어, 어, 내가 이거 다 들을거 아닌데, 다른 영상도 봐야하는데, 어, 근데 끊을 수가 없네, 하다가 결국에는 연주에 흠뻑 빠져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조성진이 쇼팽의 곡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그걸 피아노와 한 몸이 되어 다 쏟아 놓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물아일체(物我一體). 그런 경지를 보고 있는 나도 물아일체가 되었다. 훌륭한 음악에 훌륭한 연주자가 만들어낸 예술이란 이런 건가. 나를 사로 잡고는 함께 끝까지 같이 가자고 한다. 나는 그만 홀라당 넘어가서 황홀한 40여분을 보냈다.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았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완전히 모르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는 척 할 정도도 아니다. 이런 내가 몰입해서 느끼고 감동받는 걸 보면 아는 것과 즐기는 것은 별개의 일인가보다. 그냥 온 감각과 마음으로 누렸을 뿐이다.



다른 하나는 뜨개질 영상이다.


이것도 처음에는 잠깐 볼 생각이었다. 45분 짜리 동영상을 누가 보고 앉아 있겠나. 저 핑크색 하트모양을 어떻게 만드는지만 알면 되니까 그 부분만 후다닥 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웬걸.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영상인데 나도 모르게 결국 핑크 하트 수세미를 완성하는 데까지 보고 말았다. 세상에. 웬만한 미드 에피소드 하나 분량인데 말이다.

단순하게 반복하다가 아주 조금씩 변형해가면서 뜨는 방식이다. 코를 늘였다가 그대로 떴다가 또 늘였다가 2/3 쯤에는 반을 갈라서 뜬다. 거기까지 보니까 저 귀여운 하트머리 만드는 것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잔잔하게 전하는 말소리와 반복되는 손놀림, 점차 완성되어 가는 핑크 하트에 정신이 빼앗긴 것이다.


몰입하고 있는 동안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몰입이 끝나자 그제서야 현실 세계로 의식이 딱하고 돌아오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마음이 편안해지고 풍성해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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