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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작가가 겪었던 소소하지만 기억에 남아서 책까지 쓰게 되는 기억들을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크게 '대체로 우습고,' '때때로 찡한,'이라는 제목으로 나뉘는데 앞부분에 재미있고 어처구니없다 싶은 이야기에 웃으며 읽다가 뒤에 상실과 이별하는 경험을 말할 때는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글이 담백하고 간결해서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울림이 커요. 잊혀 가는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쓴다고 하는데 저도 함께 잊었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어린 초등학생 시절에 격리돼서 앞자리에 앉아 다른 친구들과 간식도 같이 먹을 수 없었던 기억에 대한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읽는 저는 안타깝고 속상한데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계피 맛 사탕 소동, 동네에 말 태워주던 할아버지 이야기, 동생과 빵이나 아이스크림으로 치열하게 싸우던 이야기에 결핍과 분배의 문제를 연결하는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다가옵니다.

마지막에 꼼짝도 못 하고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는 할머니 이야기를 마음을 많이 울립니다. '놀아야 돼, 젊어서 많이 놀아'라고 남기신 말씀 따라 저자도 많이 놀겠다고 답합니다. 그 '놀다'라는 말속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잘, 의미 있게, 행복하게 살아보라는 말씀 같아요. 책 말미에 제게도 그렇게 권하더군요. '그러니 당신도' 라면서도.

김보통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본 것 같아 개인적으로 그와 더 친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전작 <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도 자신의 직장 생활과 퇴사 이후의 개인적 경험을 그렸는데 이번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에서는 좀 더 내밀한 정서까지도 들여다본 거 같습니다.

제목이 왜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인지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점점 뭔가를 많이 알아간다는 게 서글퍼지는 일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못 보던 것이, 모르던 것이 자라면서 저절로 보이고 깨닫게 되면서 가슴에 스며들어서 서글픈 정서로 모아지는 게 아닐까요.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일상 가운데 조금씩 바람 쐬듯이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 10점
김보통 지음/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