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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택시성애자의 택시 일지 <아무튼, 택시>

지난 가을 쯤에 블로그 좀 부지런히 해보겠다고 책 보면 바로 바로 에버노트에 간단하게라도 적어서 블로그에 비공개로 일단 올려 놓았던 글이다. 대충 적어 놓아서 발행할 수 없었다. 이거 말고도 두어 개 더 있다. 제대로 다듬어 올리려고 했던 건데 해가 넘어가도록 묵혀 두고 있었다. 이제서야 조금 다듬어서 뒤늦게 올려본다. '기록'이라는 데 의미를 두자고.



<아무튼, 택시> 금정연

아무튼 시리즈는 <아무튼, 피트니스>라는 책으로 처음 알았다. 가끔 듣는 책소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걸 들었는데 제목이 특이해서 '아무튼' 듣게 되었다. 구체적이고 생활밀착적인 주제를 소소하게 풀어내는게 재밌어 보였다. 그 뒤로 김민섭 작가의 <아무튼, 망원동>도 읽었는데 작가가 어린 시절 자라난 망원동, 정확히는 성산동 일대의 동네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이 책도 글로 다시 더듬어 보고 싶다. 아무튼, 이 시리즈는 참 귀엽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책을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서 직접 읽은 적은 없다. 작가 분들에게 죄송하...

오늘 읽은 <아무튼 택시>는 서점에 나갔다가 눈에 띄어 손에 집어 들고 그 자리에 서서 읽었다. 며칠 전 동네 도서관에서 '<아무튼, 택시> 저자 북토크'라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 작가가 이 책은 자신은 부담없이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일지"라는 형태로 썼다고 했다. 작가는 택시를 아주 많이 이용하는데 가까운 거리건 먼 거리건 늘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택시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고. 은평구 변두리에 살아서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기사들이 썩 내켜하지 않아하고, 동네 이름도 생소해서 한 번에 알아 듣지 못해 여러번 말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도 새절역이 생기고부터는 한번에 알아들어서 편하다고. 택시 기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아무말도 안하는 기사가 제일 편하고 고마운데 그런 경우는 드물어서 원치 않는 대화-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내내 떠들어대는 경우-에 진빠지는 경우가 많았단다. 이렇게 택시를 타면서 겪은 일들과 무슨 일로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와 함께 동승해서 이동했는지를 꼼꼼히 '택시 일지'로 적었다. 이외에도 어쩌다 시나리오를 쓰는 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적은 '시나리오 일지', 오전 수영장을 택시 타고 다니면서  적은 '수영장 일지' 등이 있다. 나도 헬스장 다니면서 일지비스무리하게 그 날 그 날 운동한 것을 적고 있는데 작가는 일지를 어떻게 썼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책으로까지 나올 수 있었을까.

작가는 작가다.단순한 일지가,당연히 아니었다. 일지는 그냥 거들뿐. 택시타면서 겪은 별의별 일들을 무심한듯 위트있게 그려냈다 .

기억에 남는 하나. 자신은 밤늦게 택시를 타는 것에 대해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두려울수도 있다는 걸 상상도 못해봤단다. 남자라서. 평소에 아내가 택시를 혼자 타는 데에 불편함을 털어놔도 그냥 과민한거라고 생각했단다. 근데 영화 <겟 아웃>에서 초반에 흑인 남자가 으슥한 밤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차에서 사람이 튀어 나와 납치 당하는 장면을 보고는 너무 오싹했단다. 남자라도 그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아내가 택시를 혼자 타는 것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고. 


아무튼, 택시 - 10점
금정연 지음/코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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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책이 나온 이후에는 택시를 타지 않게 되었단다. 중고차를 사서 '오너 드라이버'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서 이제 택시와 굿바이해야 했다는 것이다. 

덧.

서점에서 서서 보다 나중에 도서관에서 빌려 다시 읽었다. 그래도 작가분에게 죄송.... 책 사는 독자가 되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