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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D뮤지엄 전시 <I draw> -전시가 끝내줘요

지난 일요일에 한남동에 있는 D뮤지엄에 다녀왔다. 대림미술관과 같은 재단인 모양인데 여기는 전통적인 미술보다 상업예술이라고 해야되나...좀더 현대적인 전시를 주로 하는 것 같다. 문학동네 북클럽멤버쉽에서 1인 동행해서 프리패스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해서 덕분에 신선하고 기발한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아니었으면 갈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멤버쉽 본전은 뽑은 것 같다. 훗~


D뮤지엄은 전경부터 뭔가 세련되고 모던하지 않은가. 정말 이 곳은 '세련되고 포스트 모던적이면서 아트적'인 느낌적 느낌을 풍긴다.


DMUSEUM 디뮤지엄 드로잉 I draw 전시


이번 전시 제목이다.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왠지 이 제목이 마음에 들었었다. 프리패스 입장권이 있어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면 굳이 시간 내서 가지 않았을텐데, '나는 그린다'라는 문장이 단순한데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 같아 궁금했다. 나는 "I write"인 셈인 건가? 힛~




첫 입구에서 만난 작가의 그림이다. 광목 천에 검은색으로 외곽선으로만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 매력적이다. 캔버스가 아니라서 입체감 있고 구김에 흐르는 질감의 천이라서 달라 보이는 것 같다.




이 작품 인상적이었다. 전체 주제 제목이 <rain and snow>이라서 '아아, 저기 우산 쓴 그림이 '비'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우산 쓴 그림이 오히려 < snow>였다. 고정관념이라니! 그러고 자세히 보니 우산에 비가 아니라 점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눈이 내린거였다. 우산 없는 다른 그림에는 역시 빗줄기가 있었다. 그림 속 사람들은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다. 생각했다. '그렇구나. 비는 맞는 거고 눈은 우산 써야 하는 거구나' 생각의 도치를 일으킨 점이 재미있었다.



제목부터 유쾌 발랄하다. 전시회에서 '메롱'이라는 말을 볼 줄이야! 저 아래 작가의 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난 화나도 그리고, 슬퍼도 그리고, 행복해도 그린다."


난 또 이 말에 나를 이입해서 생각했다. '그래, 외로워도 슬퍼도 기뻐도 나는 써, 나는 읽어~"ㅋㅋ그렇다. 인생은 늘 출렁이는데 그 물결에 휩쓸리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들을 하면 된다.



어렸을 때 갖고 놀던 장난감 중에 보는 각도에 따라 보였다 안보였다하면서 다르게 보인 그림카드 같은 원리다. 정면에서 보면 틸다 스윈튼만 보이는데 살짝 옆으로 보면 숨어있던 폭탄이 "메롱~"하고 나타난다. 낄낄대며 재미있게 감상했다.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제목이 괜히 메롱이겠어? 큿



"저에겐 반짝이는 소재가 에로틱하고 섹시합니다."




그러하다. 은빛으로 고혹적으로 빛나는 저 여체 형상이 섹시하다. 그런데 굳이 메탈릭하게 반짝이지 않아도 이런 형상이면 충분히 섹시하지 않을까나...하는 생각도 한편 든다. 다른 '섹시 여인'들도 많았다. 후기에는 눈 코 입도 있는 얼굴로 바뀐다. 비키니나 원피스를 입기도 하고 마릴린 먼로의 포즈를 한 작품도 있었다. 


온통 하얀 색으로 된 방에서 은색은 더욱 반짝였다.



이 외에 다양한 작가들의 참신하고 대담하고 기발한 작품들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았다. 일반적 의미의 회화 보다 디지털 페인팅이나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팅이 많았다. 그래서인가, 색깔들이 대담하고 화려했다. 붓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작고 섬세함도 보면서 또 다른 놀라움을 느꼈다.


아주 가는 선들로만 전체 그림을 표현했다. 사선들로 명암, 원근감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점묘파가 생각났다. 그렇다면 이 작가는 "선묘파"하고 해야되나? 큿~


익살이 마구 묻어난다.


꽃보다 남자가 떠오르는....^^;



특히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알 수 없는 도형과 동물, 사람이 있는 이 그림이 내 이름이다. 조**작가(이름이 생각안난다...하..)가 정의한 언어로 말하자면 내 이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재미있었다. 작가가 새로운 '언어 그림'을 만들었기에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하면 저렇게 상형 문자처럼 나온다. 같이 간 PARK도 했는데 하면서 한참을 재미있어 했다. (8글자까지만 입력이 되서 이름은 따로 했어야 했다.)




팁. 티켓 제시하면서 전시장에서 찍은 인증 사진이 있으면 다음에 또 볼 수 있다고 한다.


전시를 보고 나서


두 시간 30분 동안 감상하고 고픈 배를 부여잡고 허겁지겁 먹고선, 근처 파리크라상에서 겨우 쉬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동안 전통 회화 위주의 전시를 주로 보러 다녔는데 "동시대의 테크놀러지로 구현한 상업미술"을 보는 것도 신선한 자극이었다. 솔직히 접하는 마음 가짐도 가벼워서 더 즐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진지하지 않아도 되니까. 색다른 경험하게 해준 북클럽멤버쉽도 고맙고 즐기면서 전시를 함께 본 친구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