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양수업

은유 작가 강연- 이해와 공감의 글쓰기

지난 주에 교보문고에서 은유 작가의 신간 <다가오는 말들> 북토크 겸 글쓰기 강연을 들으러 갔다. 퇴근 후 오랜만의 밤마실에 살짝 기분이 들떴나? 평소에 사진 잘 찍지 않는데, 어스름한 저녁 시간의 광화문 풍경이 왠지 근사해 보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광하문야경_이순순동상



광화문야경_세종문화회관



도시야경



봄밤의라일락




은유 작가는 전에 <쓰기의 말들> 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글을 너무 찰지게 잘 쓴다. 책을 읽으며 내내 '어떻게 이렇게 마음에 착착 달라 붙게 글을 쓸까?' 하는 생각을 했다. 표현이 과하지 않으면서 공감 가게 쓴다. 문장력의 내공이 진짜 대단해 보였다. 이번에 직접 만나서 글 뿐 아니라 강연하는 모습도 보았다. 좋은 강연 내용들을 적어 본다.



이해와 공감의 글쓰기



은유 작가에게 글쓰기란? 

나를 나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외부의 사회적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거짓 자아가 아니라 나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서.  "나는 _____이다."를 글로 쓰면 더 정의하기 좋다.

- 자기 정체성을 정의하는 일은 글쓰기 뿐만 아니라 삶을 일관되게 의미있게 살아내는데에도 필요하더라. 흔히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하는데 진짜 나로 잘 살아내려면 정신차리고 자기의 본질을 알아내야 한다.


글쓰기 소재는 행복한 일보다 불행한 일 중심으로  쓴다. 

이해 안되고 설명 안되는 일을 설명해 보고 싶을 때 쓴다. 단순한 배설이 아니라 불행이나 분노에 대해 '응시'해서 나오는 메세지를 공감할 수 있게 써야 한다. 이러한 표출은 결국 성찰로 나아간다.

- 그래, 위대한 작가들도 불행하고 역경에 처했을 때 위대한 작품들을 남겼지. 일기를 써도 좋은 날 보다는 화나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쓰잖아. 행복을 표현하는 것은 간단한데 불행이나 분노를 풀어내는 데에는 많은 감정이 쏟아진다.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생생하게 묘사하거나 디테일하게 표현해서 눈에 보이게 쓴다. 관념적이고 모호한 표현은 잘 와 닿지 않는다. 구체적 사례를 통해 메세지를 보여주는게 잘 쓰는 글이다. 글에서 추상적 단어를 동그라미 쳐서 세어 보면 알 수 있다. 보여주는 글은 일어난 사실이나 구체적 사건과 같은 "상황"을 그리기 때문에 독자는 글의 다음 내용을 궁금해한다. 모호하게 쓰는 사람은 대개가  소통을 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허세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

- 이 부분은 글쓰기 관련된 책이나 강연에서 모두가 공통적으로 강조해서 말한 부분이다. 정말 중요한 지점인데 실제 글을 쓰다 보면 잘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연한 것에 질문해 보고 글을 써본다.

도둑질은 무조건 나쁘다? 개인적 차원을 벗어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당연한게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것에 대해 질문을 해보고 자신의 관점을 가져본다.

- 세상에 과연 당연한 것이 있을까.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모든 것은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것인데.


글쓰기는 저전거 배우기와 같다.

자꾸 실패하고 넘어져 보는 "훈련"을 거쳐야 한다. 훈련할 일정한 시간과 주기를 정해서 쓴다. 일단 첫 문장을 쓰고 나면 일필휘지로 후르륵 쓴다. 그 후 여러번 퇴고를 거쳐 완성한다.


용기가 필요한 글쓰기 공개하기. 

자신의 무지함, 취약함, 결핍이 드러날까 두렵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 두려워도 공개한다. 어떤 평가를 받든 다시 또 쓰면 된다. 

- 이 또한 어려운 부분이다. 글에는 나의 자아가 드러나기 때문에 특히 공개한다는 것이 어렵다. 내가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날까봐. 허접하면 허접한대로 하는게 안하는 것보다 낫다고 믿는다.


글의 경제성 원리. 

간결하게 쓴다. 빼도 될만한 것은 뺀다. 잘 쓴 글일수록 간결하다.

- 돈도 아끼고 글도 아끼자. 암튼 낭비는 금물.


글쓰기도 수영 배우기처럼!



작가가 수영을 배우게 되면서 글쓰기도 수영 배우는 것과 같다고 느꼈단다.

1단계 수영장 가기 -------------------------- 책상에 앉기

2단계 물에 들어가기 -----------------------첫문장 쓰기

3단계 락스 물을 1.5리터 먹을 각오하기 -----------------  엉망인 글 토해내기

4단계 물에 빠졌을 때 구해 줄 수영잘하는 친구 앞에 두기 -------------- 글 읽고 같이 다듬기

5단계 다음 날에도 수영장 가기--------------------------- 다음날에도 책상에 앉기

특히 4단계, 같이 글을 읽고 다듬어줄 동료나 독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글을 위한 점검 질문

글 쓴 사람이 보이는가? 자기 자신이 보여야 한다.

- 질문이 들어 있는가? 질문이 떠오르게 하는 글인가?

-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 이 글은 누구에게도움을 줄까? 작가 자의식에 빠지는 글인가?

- 애매하게 입장을 흐리고 있지는 않은가?


독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자신의 화두에 관한 좋은 책을 꼭꼭 씹어서 나의 맥락으로, 내 삶의 문제를 풀어 가는 독서를 한다. 정보화 시대에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다독보다는 자신만의 삶에서 녹여내는 독서를 권한다. 작가의 화두는 '좋은 엄마란?' 이라고 한다.

- 독서도 글쓰기도 한 가지 주제를 정해서 시리즈로 하면 좋다는 말을 다른 저자 강연에서도 들었다. "프로젝트성 글쓰기". 산발적이지 않고 일관된 주제로 읽거나 쓰면 훨씬 더 성장한다고 한다. 나의 프로젝트, 나의 화두를 생각해본다.


강연을 듣고 난 후


강연을 듣고 나니까 책으로만 접하던 때보다 작가가 훨씬 더 좋아졌다. 강연 내용도 물론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큼 훌륭했지만 말하는 모습이나 밝은 표정도 편안해서 좋았다. '작가스러운' 특별함이나 유난함이 보이지 않아서, 나와 비슷한 삶의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서 내 마음에 한 발짝 더 들어 왔다. 신간 <다가오는 말>도 (충동적으로) 현장에서 사버렸다. 싸인도 받고 싶었지만 줄도 너무 길고 시간이 늦어 망설이다 결국 그냥 오고 말았지만 다음 기회에는 반드시 만나서 싸인 받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