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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게 되면서


건조한 피부라서

약 3년 전부터 화장품을 재료사서 직접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워낙에 건성인데다 나이가 드니 더 심해져서 아무리 수분크림을 (쳐)발라도 얼마 못가고 걸핏하면 얼굴에 가려움증도 생기더군요. 피부관리실에서 파는 약품 비스무리한 비싼 화장품을 발라보고 조금 좋아지는 것 같긴 했지만 그 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차고 지속적으로 쓸만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화장품을 바르는게 아니라 왠지 약품 바르는 기분이 드는 것도 별로였고요.

팟캐스트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를 듣던 중 한 패널이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쓴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인터넷에 자료는 많지만 뭔가 처음 시도하는 일은 체계적으로 배우는게 낫겠다 싶어 문화센터 등록했어요. 거기서 3개월 동안 화장품, 비누, 바디용품 등 나름 다양하게 마스터(?)했습니다. 


들어 쓰고 나서

확실히 피부가 편안해졌습다. 저처럼 건성인 피부에는 보습 성분을 다양하게 넣고, 함량도 더 추가해서 만드니까 전보다 얼굴 가려움증이나 겨울철 당기는 것이 훨씬 덜 해졌어요. 전에 시중제품 쓸 때는 진짜 잔뜩 "쳐발쳐발"해서 발라야 했는데 말이요. 비누도 만들어 썼는데 손씻기 한 후 손등에 각질 이는게 덜해졌구요. 저는 계절과 상관없이 손을 아주 자주 씻는데, 그렇다고 핸드크림을 매번 바를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않아서 손이 늘 부스스했었습다. 손 씻고서 핸드크림을 부지런히 바르는게 정답이겠지만 그나마 덜 건조한 비누도 제게는 도움이 됐더라구요. 시중에 파는 비누도 원래 제조 당시에는 글리세린같은 보습성분이 있는데 유통과정에서 많이 손실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화장품에 들이는 돈이 훨~~씬 줄었습니다. 저는 백화점 1층에서 파는 비싼 화장품을 쓰지 않았지만 여자들에게 화장품 비용은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건성이다 보니 양도 많이 발랐기 때문에 빨리 썼어요. 필요한 재료만 사면 얼굴에서 발끝까지 사용하는 제품들 거의 다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크게 이득인 셈이죠. 

<재미의 본질>을 쓴 김선진 교수가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말했는데 그 중에 '만들기'도 있더군요. 무언가를 창작해 낸다는 것은 본능적 만족감을 주는 모양입니다.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듭니다. 그러니 재미있을 수 밖에요. 작년부터는 어머니, 동생한테도 만들어 선물하고 있는데,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주는 기쁨까지도 누리고 있습니다. 친구들한테도 가끔 에센스나 페이스오일 선물하는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일상이 되어

지난 주말에 핸드크림으로 겸해서 쓸 바디로션을 만들었습니다. 이젠 안바를 수 없는 날씨가 되었지요. 하, 피부가 달력인거 같아요. 벌써 만들었어야 했는데 화장품 만드는 것도 재미를 넘어ㅠㅠㅠ 지금은 일상이 되다 보니 좀 귀찮아져서 계속 미뤄 왔었습니다. 


시어버터 촉촉 바디로션 겸 핸드로션

그래도 다 만들고 병에 담은 후 화룡점정처럼 스티커를 딱 붙이면! 그 때 만족감이 느낍니다. 하나 해냈다라는. 화장대 위에 놓고 손 씻은 후 수시로 꾹꾹 눌러 바르고 있어요. 

처음엔 천연화장품재료 쇼핑몰에 나온 레시피 그대로 만들었는데 하다보니 조금씩 나만의 노하우가 생겨서 재료 양이나 성분을 조정해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느덧 레시피 노트가 3권째에요. 앞으로 블로그에도 화장품 만드는거 기록으로 남기려고 합니다.